그냥 장난이라고? 학교폭력의 소름 돋는 진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또 얼마나 많은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왔을까요? 우리는 종종 미디어를 통해, 혹은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통해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접합니다. 그때마다 혹시 내 아이는 괜찮을까,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내려 소름 돋는 현실이 되어버린 학교폭력의 민낯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나쁜 아이들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또 너무나 광범위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장난, 속은 깊은 상처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남자애들이 원래 좀 거칠잖아.” 이런 말들은 흔히 학교폭력이 벌어졌을 때 어른들이 내뱉는 변명 아닌 변명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장난’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은 끔찍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던 아이의 도시락을 매일 뺏어 먹는 행위,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친구를 따돌리고 험담하는 행위, 물리적인 폭력 없이 심부름을 시키거나 돈을 뜯어내는 행위… 이 모든 것이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피해를 당하는 아이에게는 매일매일이 고통이고 공포입니다.

상처는 비단 눈에 보이는 멍이나 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심각한 것은 마음의 상처입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할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만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세상을 향한 믿음을 산산조각 냅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들이 겪는 학교폭력의 무게가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작은 괴롭힘이라도 반복되면 마음속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침묵 뒤에 숨겨진 공포의 시간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집니다. 왜 아이들은 고통받으면서도 말하지 못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포’입니다. 내가 이 사실을 말했을 때, 가해자들이 더 심하게 보복하지는 않을까? 혹시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주변 친구들도 나를 외면하고 더 따돌리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들이 아이들의 입을 닫게 만듭니다.

피해 학생의 침묵은 가해 학생들에게는 ‘해도 괜찮다’는 암묵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전염됩니다. 나섰다가 내가 다음 타겟이 될까 봐, 혹은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곤해질까 봐 모른 척 눈을 감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방관은 피해 학생을 더욱 깊은 고립감으로 몰아넣고, 이 세상에 기댈 곳이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을 안겨줍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해야 할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학교폭력으로 인해 그곳이 오히려 공포스러운 전쟁터가 되어버리는 비극적인 현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침묵의 터널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해자, 그들도 피해자일까?

학교폭력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잔인함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심리적 배경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진실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어떤 이유로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해 행동의 이면에는 가정 불화, 부모의 무관심이나 폭력적인 양육 태도, 극심한 스트레스, 낮은 자존감, 또래 집단에서의 소외감 등 다양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겪었던 폭력을 약한 타인에게 투영하거나, 스스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공감 능력의 부족이거나,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마냥 동정하거나 책임을 면해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 상담을 통해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큼이나, 가해자가 다시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것 또한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학교폭력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수많은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깊은 상처들, 침묵 속에 갇혀버린 아이들의 공포, 그리고 폭력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배경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집니다. 학교폭력은 특정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공동의 숙제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리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문제를 보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아이가, 혹은 주변의 어떤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경계를 늦출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도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때로는 용기를 내어 잘못된 상황에 개입할 줄 아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한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학교폭력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꿈을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손 내밀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침묵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