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삶의 터전을 뒤흔든 꿈, 풍요로운 결실일까 불안한 시작일까?
프롤로그
어느 날 밤, 저는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푸르른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풍요로운 논, 싱싱한 채소들이 가득한 밭… 바로 제 삶의 전부였던
논과 밭을 팔아버리는 꿈
이었죠. 꿈에서 깨어난 저는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어린 시절부터 땀 흘려 일궈온 땅, 아버지, 할아버지의 숨결이 깃든 소중한 땅을 팔아버리다니. 꿈은 너무나 생생했고, 제 마음은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혹시 앞으로 닥쳐올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암시일까?
이 기묘한 꿈이 던진 화두를 붙잡고, 저는 제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와 같은 꿈을 꾸었거나, 삶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Part 1. 꿈, 무의식의 속삭임인가 현실의 경고인가
고향의 흙, 삶의 뿌리
어릴 적 기억 속 고향은 늘 푸르름으로 가득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논은 여름이면 벼들의 싱그러운 숨소리로 가득 찼고, 가을이면 황금 물결이 일렁이는 풍요로운 모습으로 변모했죠. 밭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채소들이 자라났습니다. 어머니는 땀 흘려 키운 채소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셨고, 우리는 그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논과 밭은 단순한 경작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우리 가족의 삶의 터전이자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논밭을 가꾸셨고,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농부의 땀과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밭에서 서리해 온 참외를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향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았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버려진 논밭은 흉물스럽게 변해갔습니다. 저 역시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고향을 떠나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논과 밭을 팔아버리는 꿈을 꾸게 된 것입니다. 꿈속에서 저는 망설임 없이 논과 밭을 내놓았고, 순식간에 거액의 돈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습니다. 마치 제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죠.
꿈에서 깨어난 후, 저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혹시 제가 무의식적으로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꿈으로 나타난 것일까? 저는 꿈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 꿈이 제 삶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Part 2. 흔들리는 가치,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꿈 이후, 저는 끊임없이 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 속삭였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고달팠고, 미래는 불투명했습니다. 논밭을 팔아 얻은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달콤한 상상은 저를 유혹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논밭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성스러운 공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땀 흘려 가꾼 만큼 반드시 보답해 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떠올리면, 저는 차마 땅을 팔아버릴 수 없었습니다. 마치 제 손으로 가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더욱 복잡한 문제는, 제가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저는, 농사일에 전혀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역시 연로하셔서 예전처럼 논밭을 가꾸는 것이 힘겨워 보이셨습니다. 결국, 논밭은 휴경지로 방치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가 땅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어쩌면 땅을 팔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땅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질문했습니다. 돈은 과연 행복의 전부일까?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진정한 가치일까? 아니면 가족, 공동체,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 더 중요할까? 저는 어린 시절, 논밭에서 뛰놀며 자연과 교감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땀 흘려 농작물을 수확하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느꼈던 따뜻한 정을 되새겼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경쟁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인간관계는 점점 더 소원해져 갔습니다. 저는 마치 뿌리 없는 나무처럼, 불안하고 외로운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저는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꼈습니다.
이 꿈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돈과 성공만을 쫓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가족과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비록 꿈속에서 논밭을 팔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제 삶의 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한 지 어언 10년. 번듯한 직장과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텅 빈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저는 점점 더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빽빽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는 생활. 퇴근 후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그 순간뿐, 근본적인 허전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의 풍경이 떠올랐다. 푸른 논밭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잠자리,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던 갈대, 맑은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생명력과 따뜻한 정이 그리웠다. 아버지와 함께 논밭을 갈고, 어머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던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저는 틈만 나면 고향에 내려갔다. 부모님은 여전히 논밭을 지키고 계셨지만,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은 아니었다. 연로하신 탓에 농사일이 점점 더 힘겨워 보이셨고,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저는 부모님께 도시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저의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힘들게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었는데, 다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 안타까우셨던 것이다. “농사일은 너무 힘들다. 너는 도시에서 편하게 사는 것이 좋을 텐데…”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묵묵히 담배만 피우시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도시에서의 삶은 더 이상 저에게 의미가 없었다. 돈과 성공보다는 가족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저는 곧바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낯선 농기계를 다루는 것이 서툴렀고, 온몸이 쑤시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땀 흘려 일하는 보람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것이었다. 논밭에서 자라나는 벼들을 보며, 저는 마치 제 자신이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웃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저는 잃어버렸던 공동체의 따뜻함을 되찾았다. 도시에서는 경쟁과 갈등 속에서 살아왔지만, 이곳에서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밤에는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저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
물론, 농촌 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농작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닥치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농사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작은 농산물 판매장을 열어 도시 사람들에게 고향의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장은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도시 사람들은 고향의 맛과 정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저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비록 꿈속에서 논밭을 팔았지만, 현실에서는 제 삶의 뿌리를 더욱 굳건히 내리고, 새로운 낙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어쩌면 저는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았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던 고향은,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친 저에게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 가족과의 사랑, 이웃과의 정,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했습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작은 움직임은, 제 삶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고향의 맛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낡은 경운기 엔진 소리, 흙 냄새 가득한 바람, 그리고 땀방울이 배어든 농작물 속에서, 저는 매일매일 삶의 의미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기대했을지도 몰라요. 귀농해서 억대 농부가 된다거나, 스마트 농업으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킨다거나 하는 그런 멋진 그림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소박하고, 또 훨씬 더 인간적인 이야기였어요.
처음 낫을 들었을 때 손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어요.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벌레들과의 전쟁도 매일같이 치러야 했죠. 태풍이라도 불어닥치면 밤새 잠도 못 자고 논두렁을 붙잡고 있어야 했고요. 농작물 가격이 폭락해서 1년 동안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헐값에 넘겨야 할 때면 정말 맥이 풀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 가족의 따뜻함과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힘들 때마다 묵묵히 제 곁을 지켜주신 부모님, 서툰 농사일을 가르쳐주시고 격려해주신 마을 어르신들,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농사짓는 이웃들…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금방 포기했을 거예요.
어쩌면 도시에서의 성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울뿐이었을지도 몰라요. 번듯한 직장, 높은 연봉, 멋진 아… 그런 것들이 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거든요. 오히려 끊임없는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점점 더 지쳐갔을 뿐이죠.
하지만 고향에서의 삶은 달라요.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늘 풍요롭고 평화로워요.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를 듣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마주하는 소소한 행복. 그런 작은 행복들이 모여 저를 진정으로 살아있게 만들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고, 언제든 푸근하게 안아줄 자연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저에게는 낙원인 거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낡은 작업복을 입고 논밭으로 향합니다. 흙 냄새를 맡고, 땀방울을 흘리며, 제 삶의 뿌리를 더욱 굳건히 내리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