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

영광의 순간, 꿈을 새기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에베레스트 등반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깎아지는 절벽과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깃발을 꽂는 모습은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제 마음속에는 늘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세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렸습니다. 마치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듯, 제 삶이라는 빈 공간에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을 향한 열정으로 채워나가고 싶었습니다. 오늘,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꿈을 향한 첫걸음, 작은 도전을 시작하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집을 나서는 순간,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뒷산 약수터까지 오르는 가벼운 산행이었지만, 내겐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을 향한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정상에 섰을 때의 희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약수터에 도착했을 때, 땀방울은 마치 훈장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꿈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야 비로소 그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마치 조각가가 돌덩이를 깎아 명작을 만들듯, 나 또한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연마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치여 등산은커녕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은 점점 잊혀져 갔고, 어느새 일상에 매몰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초라한 내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다시 한번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잠자고 있던 열정이 깨어났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30분씩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가까운 산이라도 오르기로 결심했다. 퇴근 후에는 등산 관련 서적을 읽으며 전문 지식을 쌓았다. 마치 씨앗을 심고 물을 주듯, 잊고 지냈던 꿈을 다시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 변화에 의아해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힘든 일 그만두고 편하게 살아”, “꿈만 좇다가 현실에 뒤처진다”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내 가슴속에 뜨겁게 타오르는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은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동기부여였다.

멈춰버린 꿈, 다시 피어나는 열정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의 만류와 현실적인 어려움은 더욱 거세졌다.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점점 더 힘겨워졌다. 때로는 ‘정말 내가 이룰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에베레스트 다큐멘터리를 보며 느꼈던 벅찬 감동과, 약수터 정상에서 땀방울로 빛나던 희열을 떠올렸다. 그 기억들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보다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뒷산을 오르는 것을 넘어, 전문 등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암벽등반 강좌를 수강했다. 주말에는 전국의 유명산을 찾아 등반하며 경험을 쌓았다. 혹독한 훈련 과정은 때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은 그 어떤 고통도 잊게 해주는 마법과 같았다.

등산 장비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등산화, 방수 기능이 뛰어난 등산복, 혹한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침낭 등 최고의 장비를 갖추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마치 화가가 최고의 붓과 물감을 고르듯, 나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한 최고의 도구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등반 동호회에서 만난 베테랑 산악인으로부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제안을 받았다. 안나푸르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산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었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내 안의 열정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그래, 도전해보는 거야! 내 꿈을 향해!’ 나는 용기를 내어 안나푸르나 등반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히말라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어린 시절의 꿈, 작은 도전, 좌절과 극복, 그리고 다시 타오르는 열정…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을 감고 ‘산 정상 바위에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는 꿈’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겼다. 이제,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멈춰버린 꿈, 다시 피어나는 열정

8,091m, 운명의 봉우리를 향하여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하자, 낯선 공기와 강렬한 햇살이 온몸을 감쌌다. 히말라야의 웅장한 산맥이 멀리서부터 위압감을 드러내며, 내가 넘어야 할 거대한 장벽임을 실감하게 했다. 본격적인 등반 준비를 위해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는 동안,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베이스캠프는 등반을 위한 마지막 보급 기지이자 휴식처였다. 각국에서 모여든 산악인들의 열기로 가득했고, 텐트들은 마치 작은 도시처럼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팀원들과 함께 장비를 점검하고, 등반 경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등반이 시작되었다. 깎아지른 듯한 빙벽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능선을 오르는 동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고산병 증세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지만, 꿈을 향한 간절함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손과 발에 동상이 찾아왔고, 입술은 바짝 말라 갈라졌다. 식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잠자리는 텐트 안에서도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팀원들과 서로 격려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로프에 의지해 아슬아슬한 절벽을 오르고, 크레바스를 뛰어넘으며, 우리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동료애를 키워나갔다.

등반 중 예상치 못한 사고도 발생했다. 눈사태가 우리를 덮쳐 텐트가 날아가 버렸고, 동료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부상자를 구조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수많은 고비와 역경을 딛고, 마침내 정상에 가까워졌다. 마지막 캠프에서 밤을 지새우며,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이야기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이루고 싶은 소망,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 밤하늘의 별빛 아래,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새벽 어둠을 뚫고 정상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다. 산소마스크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은 모든 고통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 8,091m,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벅찬 감격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태극기를 꺼내 흔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슴 깊이 새겼다.

정상에서 잠시 동안 머물며, 나는 세상을 향해 외쳤다. “나는 해냈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그 외침은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맥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만 같았다. 정상 바위에 미리 준비해 간 이름 석자를 새기고, 나는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더욱 험난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빙판길과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오는 것은, 마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정상에서 얻은 용기와 희망은, 나를 끝까지 지탱해주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길,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안나푸르나 등반은 나에게 육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멈춰버린 꿈은 다시 타올랐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정으로 가슴 벅차올랐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닥쳐와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는 안나푸르나의 눈처럼 차갑지만 뜨거운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 꺼지지 않는 불꽃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팀원들의 따뜻한 격려와 환영이 쏟아졌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존경과 감탄, 그리고 깊은 동료애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해냈다는 기쁨을 나누었다. 안나푸르나 등반은 단순한 등반 이상의 의미를 지닌, 우리 모두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긴 여정이었다.

카트만두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나는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히말라야의 설산은, 마치 나의 용기와 도전을 축복하는 듯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이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어린 시절 에베레스트 다큐멘터리를 보며 품었던 꿈은, 안나푸르나 등반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고, 성장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히말라야의 봉우리에 올라, 세상을 향해 더 큰 외침을 터뜨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 안의 거인을 깨우다

솔직히 안나푸르나 등반 이야기를 쓰면서, 마치 내가 영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 처음 꿈을 꾸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잖아. 물론 현실은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재능도 없어. 하지만 안나푸르나 등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샘솟는 걸 느꼈어. 물론 당장 히말라야를 등반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미뤄왔던 작은 꿈들을 다시 꺼내볼 용기가 생겼다고 할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기 안에 거대한 잠재력을 숨기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다만 현실에 안주하고, 실패를 두려워해서 그 잠재력을 깨우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안나푸르나 등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불가능은 없다”고.

나는 앞으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안나푸르나 등반 이야기를 떠올릴 거야. 그리고 내 안의 거인을 깨워,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갈 거야. 비록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