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과연 남의 일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합니다. 뉴스 속 잔혹한 범죄 소식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마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곤 하죠. 특히, 듣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성폭행’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 ‘특정 계층이나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마음, 솔직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성폭행은 과연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남의 일이기만 한 걸까요? 오늘은 이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왜 ‘남의 일’이라 생각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성폭행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일 것입니다. 첫째, ‘성폭행은 낯선 사람에게만 당한다’는 잘못된 편견이 깊이 박혀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어두운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한의 이미지에만 집중하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통계에 따르면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훨씬 많습니다. 가까운 지인, 직장 동료, 심지어 가족이나 연인에게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조심하면 피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입니다. 옷차림을 조심하고, 밤늦게 다니지 않고, 술을 적게 마시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죠. 물론 개인의 주의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범죄는 피해자의 행동이 아닌 가해자의 선택으로 발생한다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성폭행은 어떤 상황에서든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 문제를 나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로 여기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예측 불가능한 폭력의 그림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그렇다면 성폭행은 정말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비극일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폭행은 성별, 나이, 직업, 사회적 지위를 가리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남성부터 여성까지, 부유한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까지, 모두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이나 수치심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더욱 그렇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계 속에서 가해자의 교묘한 심리 조작과 위협으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행이라는 사실조차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주변의 만류나 ‘괜히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압박 때문에 침묵을 선택하기도 하죠. 이처럼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성폭행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침묵을 깨고 연대하는 용기

이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성폭력은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며, 이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안전과 신뢰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지지입니다. ‘왜 그때 저항하지 못했느냐’, ‘평소 행실이 어떠했느냐’와 같은 2차 가해성 발언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가해자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위험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신고하는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내가 나서봤자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 대신, 작은 관심과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때 비로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성폭력 문제가 왜 우리 모두의 문제인지 함께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불편하고 직시하기 힘든 주제이지만, 외면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질 뿐입니다. ‘설마 나에게는’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침묵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연대하려는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안전한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의 관심과 용기,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모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 마음속에 작은 경종을 울리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