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지만, 어떤 순간들은 거대한 강줄기처럼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킵니다. 마치 화석처럼 박제되어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깊이 새겨지는 그런 순간 말이죠.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인류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단 하나의 순간만을 골라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요? 개인의 일상이 아닌, 전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고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단 하나의 찰나.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쩌면 인류의 본질과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들은 인류의 지성 또는 문명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순간을 떠올릴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전쟁과 재난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애나 용기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심지어 아직 오지 않은, 인류의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는 미래의 순간을 꿈꿀 수도 있겠죠. 오늘은 바로 그 ‘단 하나의 순간’에 대한 우리의 깊은 고민과 상상을 함께 펼쳐보려 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들은 아마도 문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위대한 발견과 혁신의 찰나일 것입니다. 어둠을 밝히고 추위를 이겨내게 한 ‘불의 발견’의 순간, 수렵채집 생활을 끝내고 정착 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농업 혁명’의 씨앗이 뿌려진 그 첫 삽, 혹은 거대한 짐을 나르고 세상의 지평을 넓힌 ‘바퀴의 발명’이 이루어진 바로 그 순간 말입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단순히 어떤 도구가 생겨나거나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인류가 자연 앞에서 무력한 존재가 아닌, 환경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더 나아가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거듭났음을 선언하는 증표와도 같습니다. 거대한 운석 충돌이 지구의 생명체를 지워버리듯, 이러한 순간들은 이전의 삶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류의 진정한 도약을 알린, 이러한 발견과 혁신이야말로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기억될 사건’으로 회자될 자격이 있습니다. 이 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석기시대의 동굴에 머물렀거나, 아니 어쩌면 지금의 인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발견이나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류의 정신과 가슴을 울린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종종 극한의 고난 속에서 피어난 연대감, 혹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외친 용기 있는 순간들입니다. 가령, 절망적인 전쟁의 한복판에서 서로를 보듬어 안았던 이름 모를 병사들의 우정, 혹은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인류 공동체의 일원임을 절감했던 우주인의 감격스러운 시선. 또한, 인종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이 한마음으로 특정 재난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재건을 도왔던 그 순간의 연대는 어떤 과학적 발견보다 더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인류가 단순히 지성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 공감하고 사랑하며 희생할 줄 아는 감정의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고통과 슬픔 속에서 더 큰 성숙과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외침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순간이나, 서로 다른 문화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손을 맞잡았던 화합의 순간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습니다. 이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어 인류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순간들 또한 ‘영원히 기억될 사건’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인류가 경험할 가장 ‘영원히 기억될 사건’은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는 언젠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순간을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인류가 외계 문명과 최초로 조우하는 순간을 상상해봅시다. 그 만남이 평화롭든, 아니면 예상치 못한 도전으로 다가오든, 그 순간은 인류의 우주관과 존재론적 질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광활한 우주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또는, 인류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난치병을 완전히 정복하거나, 지구의 모든 자원 문제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순간도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빈곤과 질병, 기아와 환경 파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세상. 인류의 집단적인 노력과 지혜가 마침내 인류 스스로를 옥죄던 오랜 문제들을 해결하는 그 순간은 실로 엄청난 해방감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릴 것입니다. 이처럼 미래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경이로운 순간들은 인류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희망을 대변하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꿈꾸고 성취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결국, 어떤 순간이 인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될 단 하나의 순간으로 남을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는 우주선 발사의 웅장한 순간을, 또 어떤 이는 한 명의 아이가 굶주림에서 벗어나 웃음을 되찾는 순간을 택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무엇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 자체에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단 하나의 순간’은 특정 사건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인류가 수억 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때로는 실수하고 좌절하면서도 결국에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의 연속적인 과정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발견과 혁신, 모든 연대와 용기는 이 의지의 작은 파편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히 과거의 한 점이 아니라, 그 한 점을 통해 이어져 온 인류의 위대한 여정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희망의 발자취일 것입니다. 어떤 순간이 ‘영원히 기억될 사건’으로 남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상상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인류의 위대한 여정 아닐까요?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하고, 또 기억될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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