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시원에선 절대 잠들지 마라.
낯선 도시에서 홀로 지내며 학업이나 취업 준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접해봤을 겁니다. 저렴한 월세, 기본적인 생활 편의,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주거 형태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간절한 목표를 위해 잠시 몸을 뉘일 곳이 필요했고, 큰 고민 없이 고시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문이 평범한 주거 공간이 아닌, 제 삶에 지울 수 없는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울 악몽의 입구였다는 것을요.
제가 오늘 여러분께 풀어낼 이 고시원 괴담 끔찍한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이 아닙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하고 소름 끼치는 기억의 조각들이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잠’이라는 평범한 행위가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그리고 어떤 공간에서는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 기묘한 발걸음
그 고시원은 주택가 깊숙한 곳, 낡은 건물들 사이에 숨어 있었습니다. 간판조차 희미해져 알아보기 힘들었고, 왠지 모르게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죠. 다른 곳보다 월세가 월등히 저렴했던 터라, 저는 그 으스스한 분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싸니까 좀 낡았겠지” 정도로 생각하며 총무 아저씨를 따라 복도를 걸었습니다. 복도는 마치 미로 같았고, 낡은 장판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났습니다. 낮인데도 창문 하나 없어 어둠침침했고, 제 발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렸죠.
제가 배정받은 방은 복도 가장 끝에 위치한 방이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건 차가운 공기였습니다. 다른 방들은 대충 온기가 도는 것 같았는데, 제 방만 유난히 서늘했죠. 창문은 복도 쪽으로 나 있었고, 그마저도 낡은 블라인드로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방 안은 기본적인 책상과 침대, 그리고 작은 옷장이 전부였습니다. 좁지만 그래도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생각에 처음엔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첫날밤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불을 끄자마자,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륵… 스륵…” 마치 낡은 옷깃이 스치는 듯한 소리이거나, 누군가 발을 끄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옆방 소리려니, 아니면 건물 자체가 낡아서 나는 소음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나 규칙적이었고, 마치 제 침대 발치에서 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죠. 불안감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그저 오래된 고시원의 흔한 소음이려니 했지만, 이것이 바로 이 고시원 괴담 끔찍한 이야기의 서막이었다는 것을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밤마다 찾아온 섬뜩한 그림자
밤마다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는 점차 구체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단순히 스치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제 방문을 긁는 듯한 소리, 혹은 벽 너머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환청인가 싶어 귀를 막고 자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 안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겁니다.
몇 번의 밤이 지나자, 저는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이 들면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항상 제 고시원 방에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천장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 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몸이 짓눌려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눈을 뜨고 싶어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뜰 수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귀에는 정체 모를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가지 마… 가지 마….” 마치 누군가 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했죠. 이른바 ‘가위눌림’이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밤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들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었고, 저의 머릿속은 이 고시원 괴담 끔찍한 이야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에는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심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은 늘 초췌했고,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저는 점차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고시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느냐고 물었지만, 다들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었죠. 저는 그 고시원 안에서 고립되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이 되면, 제 방 안에는 저 혼자만이 아니라는 섬뜩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숨 쉬는 벽, 나를 옥죄는 공간
결정적인 사건은 고시원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벌어졌습니다. 그날도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여느 때처럼 잠들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이번에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침대 옆, 벽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흐읍… 하아… 흐읍… 하아…” 마치 누군가 벽 안에서 숨을 쉬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제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인 줄 알았지만, 이내 그것이 저의 숨소리와는 전혀 다른 리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고,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공포에 질려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극도로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섬뜩한 냉기가 제 뺨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얼굴 가까이 다가와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공포에 질려 눈을 번쩍 떴습니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분명히, 분명히 무언가가 제 방에, 아니, 제 침대 바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존재감에 저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고, 저는 그저 눈을 감고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소리도, 냉기도, 그 끔찍한 존재감도. 제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습니다. 침대 옆 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얼룩처럼 남아 있었고, 저는 그 자리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더 이상 그 고시원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장 짐을 싸서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미 한 달 치 방값을 지불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정신과 육체를 잠식하는 이 알 수 없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곳에서 벗어나야만 했고, 제게 남은 건 오직 이 고시원 괴담 끔찍한 이야기의 생생한 기억뿐입니다.
그 후로 저는 한동안 제대로 잠들지 못했습니다. 눈만 감으면 그 고시원의 좁은 방과 벽에서 들려오던 숨소리, 그리고 제 뺨을 스치던 차가운 공기가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다른 곳에서 잠을 자도 한동안은 불을 켜놓고 잠들곤 했습니다. 그 고시원은 저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주어야 할 편안함이 아닌,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아직도 그 고시원이 그 자리에 있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도 그곳에서는 누군가 밤마다 잠 못 들고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섬뜩한 상상과 함께 말이죠.
개인적인 생각
정말이지, 어떤 공간은 단순히 건물의 구조나 위치 때문에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곳에 깃든 알 수 없는 기운이나 과거의 흔적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제가 겪었던 일이 과연 단순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환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정말로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와 맞닥뜨렸던 것일까요?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고시원은 저에게 ‘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는 겁니다.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영혼을 갉아먹는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혹시 당신도 저와 같은 고시원 괴담 끔찍한 이야기를 겪었다면, 부디 혼자 삭히지 말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밤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면, 부디 용기를 내어 그곳을 벗어나세요.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당신의 평화로운 밤과 온전한 정신이 가장 소중하니까요. 절대 잠들지 마십시오. 그 공간이 당신의 잠을 훔쳐갈지도 모르니 말입니다.